누구나 어린 시절 한 번쯤 들어봤을 말입니다. “어디 감히 어른한테 말대꾸야?” 어른의 말이 옳든 틀리든 반발할 수 없었습니다. 어른의 말에 대해 의견을 내기도 쉽지 않았습니다. 어른의 말은 하늘 같은 법이었고, 영문을 몰라도 어른의 말을 따라야 했기 때문입니다. 유니세프한국위원회 장사익 친선대사의 어린 시절과 함께 왜 우리는 어른에게 의견을 낼 수 없었는지 돌이켜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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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2007년 유니세프한국위원회 특별대표로 임명되고, 2015년에 친선대사가 되셨는데요. 이렇게 어린이를 위해 유니세프에서 활동하게 된 계기가 있나요?

노래 하나로 봉사하고, 기쁜 마음으로 사람들을 즐겁게 하면서 전세계 어린이들에게 날개를 달아주고 싶었습니다. 살면서 다른 사람을 위한 선행을 할 기회가 별로 없었는데,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름, 유니세프의 명찰을 달고 살게 됐다는 것이 여전히 무척 자랑스럽습니다.

Q. 유니세프 친선대사로 활동하게 되어 가장 멋진 점은 무엇인가요?

존경하는 안성기 선생님, 그리고 故앙드레김 선생님과 같은 친선대사로 활동하는 것이 영광스러웠습니다. 존경스러운 분들과 함께 활동하며 모든 아동이 행복한 세상이라는 같은 곳을 향해 나아간다는 점이 참 멋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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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모든 아동이 행복한 세상을 만들기 위해 항상 유니세프와 함께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유니세프는 아동이 모든 권리를 보장받으며 사회의 주체로 성장하는 유니세프 아동친화도시를 조성하고 있는데요. 어린 시절 살던 친선대사님이 살던 동네는 어땠는지, 친선대사님은 모든 권리를 보장받아 행복한 아동이었는지 궁금합니다.

제 고향은 푸른 자연환경이 넓게 펼쳐져 있어 친구들과 마음껏 뛰어놀 수 있었던 곳입니다. 제가 어린이였을 때가 약 50년 정도 전인데, 그 때는 유니세프한국위원회도, 유니세프 아동친화도시도 없었고 유니세프 한국사무소가 우리나라 어린이의 긴급 구호와 영양 개선을 위해 일하던 때입니다. 모든 권리를 보장받지는 못했던 때 같아요.

Q. 그렇군요. 어린 시절 어른의 말을 무조건 따르라는 말을 들어본 경험이 있나요?

많죠. 집에서도, 학교에서도, 그리고 어린 시절의 제가 속한 모든 곳에서 많이 들어봤습니다. 제 의사와는 상관 없이 들은 대로 따라야 했죠. 학교에서는 선생님께 말 할 기회조차 없었습니다. 칠판에 걸려있었던 ‘정직’, ‘예의’와 같은 급훈처럼 어린이에게 따르도록 강요하는 것들만 잔뜩 있었죠.

Q. 왜 선생님은 학생의 의견을 들어주지 않았을까요?

단지 어리다는 이유 때문이죠. 어린이는 미성숙하니까 선생님이 결정한 것을 따라야 한다고 생각했던 것 같은데, 그 생각이 어린이에게 도움이 되지는 않았던 것 같습니다. 어린이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 문제를 결정하는데, 어른은 어린이가 아니므로 온전히 어린이의 입장을 고려하지 못하니까요.

Q. 유엔아동권리협약 12조에 따르면 아동은 자신에게 영향을 미치는 문제를 결정할 때 의견을 말할 수 있어야 하고, 어른은 이에 귀 기울여야 합니다. 우리나라는 1991년에 유엔아동권리협약을 비준해서 18세 미만 모든 아동의 권리를 보장해야 하는데, 학교에서 아동의 권리에 대해 배운 적이 있나요?

배우지 못했습니다. 방정환 선생님의 어린이에 대한 말씀은 들어보았는데, 그마저도 형식적으로 생각했어요. 그저 어른들 말씀이 법이고 도리였고 감히 제 의견을 말할 수 없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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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학교에서 의견을 말해도 존중 받지 못했다고 하셨는데, 혹시 어린 시절 살던 동네에 대해서는 의견을 말할 기회가 있었는지요. 지역 의원이나 시장, 또는 시의회가 동네의 중요한 일을 결정할 때 어린이의 의견을 물어본 적이 있나요?

아니요. 모든 결정이 어른들 위주였어요. 오히려 어른의 결정을 묵묵하게 따르는 것이 어린이로서 갖춰야 할 덕목이었죠. 친구들끼리 자연을 벗 삼아 맘껏 놀다가도, 어른들이 부르시면 그만 놀고 들어가야 했으니까요.

Q. 동네의 변화가 좋을 때도 있지만, 맘에 들지 않을 때도 있었을 것 같아요.

시골에 살았기 때문에 큰 변화가 일어나지는 않았어요. 그렇지만 일어난 변화들 중 대부분은 제 행동을 제약하는, 무언가를 하지 말라는 금지와 같은 규범이었어요. 가면 갈수록 이런 규범이 많아졌어요.

Q. 아동도 엄연히 동네에 거주하고 있는 주민인데, 자신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 일에 대해 의견을 말할 권리를 존중 받지 못해왔어요. 모든 아동의 권리를 온전히 보장하고 아동이 동등한 사회 구성원으로 나설 수 있도록 전국 48개 지자체가 유니세프 아동친화도시를 조성하고 있습니다. 친선대사님의 고향인 충청남도에서도 네 개 지자체가 지역사회 계획과 중요한 결정 과정에 아동이 참여할 수 있도록 힘쓰고 있어요.

유니세프 아동친화도시에 대해 알고 있었지만, 제 고향의 사정은 잘 몰랐는데 이렇게 좋은 소식을 들으니 반갑고 뿌듯합니다. 네 개 지자체의 유니세프 아동친화도시 조성이 성공적이길 응원하고, 다른 지역들도 아동 권리 보장을 위한 노력에 동참해서 제 고향의 모든 어린이가 행복한 삶을 누렸으면 좋겠어요.

Q. 우리나라 아동 권리 보장을 위해 유니세프한국위원회 친선대사로서 당부의 말씀 부탁드립니다.

어린이를 자연스러운 어린이 그 자체로 바라봐주세요. 어린이는 어른이 정한 규범과 제약에 무조건 따라야만 하는 존재가 아닙니다. 어린이의 의견을 먼저 물어봐주고, 그 의견을 존중해주세요. 어린이를 어른과 동등한 인간임에도 불구하고 특별한 제도가 없을 경우 자신의 이익이 침해당해도 의견을 표시하지 못하고, 정책 결정 과정에서 고려되지 못합니다. 아동의 주체성을 존중하고, 주도적인 존재로 성장할 수 있도록 작은 목소리에 귀 기울여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