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아동권리위원회, 아동이 맘껏 노는 세상을 위해 논평을 발표하다!
작성일2018.04.18
충분한 휴식과 여가는 모든 사람이 마땅히 누려야 할 권리입니다. 하지만 아이들이 휴식과 여가활동을 주장할 때 과연 어른들은 그 말을 얼마나 귀담아 듣고 있을까요? 공부할 시간도 없는데 놀 생각만 한다고 타박하고 있지는 않나요? 공부하기 싫어서 부리는 투정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어린이의 ‘놀 권리’에 대한 우리의 인식은 아직도 많이 부족합니다.
유엔아동권리협약 31조는 ‘아동은 충분히 쉬고 놀 권리가 있으며, 정부는 아동이 문화와 예술활동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해주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많은 나라에서 아직 이 조항은 잘 지켜지지 않고 있습니다. 유엔아동권리위원회는 2013년 놀 권리의 중요성을 알리고 이를 실현하기 위해 ‘휴식, 여가, 놀이, 오락 활동, 문화 생활, 예술 경험에 대한 일반논평’을 발표했습니다. 이 논평은 협약 31조의 조문을 이해하기 쉽도록 풀어서 설명해 주고 있습니다. 따라서, 한국의 아동친화도시에게는 놀 권리 실현을 위한 방향을 알려주는 친절한 길잡이가 될 것입니다.
유엔아동권리위원회가 일반논평을 발표한 목적은 유엔아동권리협약 31조의 중요성을 알려 각 나라와 지역에서 이 조항이 반드시 지켜지도록 하는 것입니다. 위원회는 논평을 통해 놀 권리를 침해하는 다양한 문제들을 상세히 소개하고 아동 권리와 관련된 모든 이해관계자에게 아동의 놀 권리를 지켜주기 위한 의무와 활동을 충실히 이행하라고 권유합니다. 정부를 비롯해 아동의 여가와 문화예술 활동 관련 기업, NGO, 부모님, 교사 등 모두가 함께 노력하면 아동의 놀 권리 실현은 그만큼 빨라질 것입니다.

유엔아동권리협약 31조는 왜 중요할까요? 첫째, 충분한 휴식과 여가는 아동 발달에 필수적인 요소입니다. 휴식이 부족하면 아동의 신체적, 정신적 건강을 해치게 되며, 삶의 질도 낮아집니다. 둘째, 놀이와 오락 활동도 아동의 성장발달에 반드시 필요한 요소입니다. 놀이는 아동의 창의성, 상상력, 자존감, 성취감을 키워주는 한편 신체적, 사회적, 인지적 성장을 촉진합니다. 또한 놀이는 아동이 일상생활에서 참여를 배울 기회를 제공합니다. 셋째, 문화 생활과 예술활동을 통해 아동은 소속감과 정체성을 키우게 됩니다. 공동체나 사회구성원으로서의 정체성 뿐 아니라 자아 정체성도 강화할 수 있습니다. 아동은 또래와 놀이를 즐기면서 문화를 재생산, 변형, 창조, 전달하며 다른 문화를 경험함으로써 상호이해와 다양성을 받아들일 준비를 하게 됩니다.
유엔아동권리협약 31조의 실현을 위해서는 어떤 환경을 조성해야 할까요? 유엔아동권리위원회는 부모와 교사를 비롯해 아동이 속한 사회 전체가 놀 권리를 제대로 인식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쉬고 싶다’는 아이의 말은 단지 투정이 아니라 한 인간으로써 정당하게 요구할 수 있는 권리임을 인식해야 합니다. 아동은 스트레스나 사회적 소외, 편견이나 차별, 폭력으로부터 자유로워야 하며, 위험요소 없이 안전하게 동네와 거리를 오갈 수 있어야 합니다. 성인의 통제와 관리 없이 맘껏 즐길 수 있는 놀이공간이 필요하며, 게임이나 스포츠, 그 밖의 오락활동에 다른 아동과 함께 참여할 기회를 누려야 합니다. 아동의 놀 권리를 저해하는 요인으로는 놀이와 여가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 부족, 유해한 주변 환경, 학업 성취에 대한 압박, 어른들이 짜놓은 정형화된 놀이 프로그램, 바깥놀이를 방해하는 디지털매체의 성장 등을 들 수 있습니다. 아이들의 공공장소 사용에 대해 반감을 갖는 일부 어른들의 행위도 아동의 놀 권리를 위축시키는 원인으로 작용합니다.
그렇다면 한국의 아동은 놀 권리를 충분히 보장받고 있을까요? 과도한 사교육과 학업 성취의 압박, 부족한 놀이 공간으로 인해 놀이와 여가를 제대로 누리지 못하고 있습니다. 한국 아동의 학습 시간은 OECD 가입국 중 최고 수준으로 하루 일과 중 학습 시간이 초등학생 6시간 14분, 중학생7시간 24분, 고등학생 9시간 10분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반면 놀이와 여가 시간은 평균 4시간 10분으로 미국, 영국, 독일, 스웨덴, 핀란드 아동들에 비해 현저히 짧습니다. 부족한 놀이 장소도 한국 아동의 놀 권리를 저해하는 요인 중 하나입니다. 경제 성장과 교통 편의를 우선으로 하는 정책 탓에 아동의 놀이장소 확보 문제는 항상 순위가 뒤로 밀렸기 때문입니다. 아동이 여가를 보내는 장소는 집이나 노래방, PC방이 대다수를 차지했으며 주말 여가 시간의 대부분을 TV보기, 잠자기, 음악 듣기, 게임 등 소극적인 형태의 활동을 하며 보내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러한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 유니세프 아동친화도시는 다양한 방안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아동의 놀 권리에 대한 인식 개선을 위해 서울시는 2017년 ‘2017 놀이정책포럼’을 개최하고 시민들의 참여를 이끌어냈습니다. 2018년에는 유니세프한국위원회와 성북구가 함께 ‘2018 놀이정책 국제포럼’을 개최할 계획입니다. 이 포럼은 ‘아동의 잊혀진 권리, 놀이’라는 슬로건 하에 지역사회 내 아동의 놀 권리 증진을 주제로 진행되며 지역사회와 놀이에 관심 있는 사람이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습니다. 아동이 여가를 즐길 장소를 마련하기 위한 노력도 여러 지역에서 계속되고 있습니다. 순천 기적의 놀이터, 군산 맘껏 광장 등 아이들이 자유롭게 놀 수 있는 놀이터와 강동 ‘꿈미소’, 광주 ‘삶디’ 등 어린이, 청소년의 자치활동을 지원할 터전도 마련됐습니다. 또한 아동친화도시 곳곳에서는 정형화된 놀이 프로그램에서 벗어나 아동이 자유롭게 창의성을 살려 놀이를 즐기도록 장려하는 시도가 계속 이어지고 있습니다.
아동의 건강한 성장은 우리 모두의 소망일 것입니다. 하지만 성장을 위해 공부할 권리만 너무 중시하고 놀 권리는 무시했던 게 아닐까요? 우리 어른들의 편파적인 인식 때문에 많은 아동이 학업 스트레스를 겪어온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른 때라는 말이 있습니다. 지금부터 우리 모두가 관심을 가지고 아동의 놀 권리 실현을 위해 각자의 자리에서 노력한다면 아동이 맘껏 놀면서 건강하게 성장하는 세상이 곧 찾아올 것입니다. 유니세프 아동친화도시 추진 지방정부 협의회의 많은 도시가 이미 아동의 놀 권리 실현에 든든한 지지자가 되어주고 있으니까요. 아동의 놀 권리를 증진하기 위한 아동친화도시 사업을 열심히 응원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