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im Gill이 말하는 아동친화도시가 갖춰야 할 모습은 무엇일까요?
작성일2018.04.26
한 도시에 살고 있는 10살 아이의 일상을 들여다 봅시다. 집에서 5분 거리에 단짝 친구가 살고 있고, 10분 거리에 공원이 있습니다. 하지만 친구 집으로 가는 길은 너무 위험하고 공원 가는 길도 안전하지 않습니다. 밖에 놀러 나가도 되는지 물어보면 부모님은 위험해서 안 된다는 대답만 합니다. 엄마나 아빠가 데려다 주면 좋겠는데 두 분 다 바쁘다고 합니다. 그래서 친구를 만나러 밖에 나가는 대신 카톡을 보내면서 놀거나 컴퓨터 게임에서 만나 열심히 키보드만 두들깁니다. 바깥놀이를 할 시간도, 운동할 시간도 부족하고, 이웃과 소통할 기회도 잃기 쉽습니다. 이 상황은 그냥 상상일 수도 있지만 사실은 오늘날 많은 아이들이 마주치는 현실입니다.
아동친화도시와 함께 한다면 이런 문제는 충분히 개선될 수 있습니다. ‘No Fear: Growing Up in a Risk Averse Society’의 저자 팀 길은 아동친화도시가 아동을 자유롭게 하고, 아이들의 잠재력을 맘껏 펼쳐 줄 거라고 주장합니다. 현재 우리의 도시계획 시스템은 삶의 질이나 환경 같은 문제보다 경제나 주택 개발 같은 문제에 훨씬 많은 무게를 두고 있습니다. 미래 세대의 행복보다는 내 눈 앞에 다가온 이익을 중요하게 여기기 때문입니다. 도시에서 사는 많은 아동들이 교통 문제와 환경 오염, 범죄, 소외, 불평등과 같은 문제를 마주치는 이유도 바로 이 때문입니다. 다행히 오늘날 세계의 여러 도시들이 아동친화적인 도시계획에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색칠과 조경을 통해 도시를 아름답고 친근하게 단장하는 정책부터 주택정책 재정비까지, 아동친화적 디자인의 범위는 매우 다양합니다.
첫번째 사례는 알바니아의 수도 ‘티라나’ 입니다. 티라나의 시장 벨리아즈는 도시에 거주하는 부모들이 자녀보다 자동차에 돈을 더 많이 투자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벨리아즈 시장은 이 조사결과를 보고받은 후 도시의 우선순위를 재정비하기 시작했습니다. 도시 재정은 부족했지만 시 정책을 후원하는 기업의 지원으로 기존의 삭막했던 유치원 공간을 재정비해 아름다운 공간으로 변화시켰고, 민간합작투자사업(Public-Private Partnership)을 통해 10개의 새로운 유치원도 지을 수 있었습니다. 스칸데르베그 광장을 차 없는 거리로 만들어 아동이 자유롭게 뛰어놀 수 있도록 한 것은 의미 깊은 변화였습니다. 처음에는 주기적으로 차량 진입을 금지했지만 주민들을 꾸준히 설득해 결국 차 없는 거리를 조성했고, 3개월마다 보행자 구역을 한 블록씩 넓힐 수 있었습니다. 이러한 변화를 통해 아동이 안전하게 광장에서 놀이를 즐기도록 보장했을 뿐이 아니라 미세먼지 수치도 약 15% 줄일 수 있었습니다.

변화가 언제나 환영 받는 것은 아닙니다. 벨리아즈 시장이 티라나의 인공 호수 주변에 큰 놀이터를 지으려 했을 때 일부 시민들은 극렬하게 반대했습니다. 폭력이 수반된 반대시위까지 일어났습니다. 하지만 시장은 “자기들끼리 끈끈하게 뭉쳐 있는 기득권 인사들은 앞으로도 많은 소음을 일으킬 것입니다. 하지만 놀이터가 만들어지면 침묵하던 대중들은 이를 반길 것입니다”라고 말하며 놀이터 건설을 강행했습니다. 임기 첫 해 40,000m2의 불법 개발지역에 31개의 놀이터를 지었고, 시장의 말처럼 대중은 이를 반겼습니다. 또한 시장은 티라나에서 아기가 태어나면 가족들에게 아기의 탄생기념목을 심도록 했습니다. 이 나무들은 금새 숲을 이루게 됐고, 티라나의 모든 시민은 미래세대에게 위대한 숲을 물려줄 수 있게 됐습니다.
콜롬비아 보고타는 아동친화적 도시 계획을 위해 지도 만들기에 착수했습니다. 단순한 지형과 지물만 담은 지도가 아니라 도시의 위험요소들을 모두 담은 지도입니다. 보고타의 전 시장인 엔리크 페나로사는 아동을 지표종에 비유했습니다. 1급수 지표종인 버들치가 사는 물에는 모든 물고기가 살 수 있듯이, 아동이 안전하게 뛰어놀 수 있는 도시는 주민 모두가 안전하게 살 수 있는 도시라는 것입니다. 보고타의 도시계획은 20년 전 페나로사 시장이 버스 수송체계 개선, 자전거도로 도입, 약 1200개의 공원과 놀이 시설 도입을 계획하며 시작됐습니다. Urban 95와 함께하는 안전지도 만들기는 페나로사 시장이 설계한 거대한 도시계획의 한 축입니다. Urban95는 키가 95cm 이하인 아이들을 위한 공간디자인 이니셔티브입니다. 이들은 지역사회 주민들과 함께 도시를 돌아다니며 위험한 장소를 파악하고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연구했습니다.
먼저 거리에 벽화와 화분을 설치해 학교와 공원으로 가는 길을 표시했습니다. 표식이 생김으로써 이 지역을 지나는 자동차 속도를 줄이고 아이들이 놀 공간을 더 확보할 수 있었습니다. 빌딩을 밝은 색으로 칠해 도시 이미지도 밝게 변화시켰습니다. 보고타 시의 변화에는 민간도 적극 참여하고 있습니다. 보고타의 케이블카 운영 회사는 도시 조경 아이디어를 사업에 도입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이 계획이 도입되면 높은 산을 왕복하는 케이블카 기둥에 아동을 위한 그림이 그려질 것입니다. 보고타의 버스 회사도 이 계획의 도입을 진지하게 고려 중입니다. 선의를 담은 작은 아이디어가 공익을 위한 큰 변화를 가져오고 있습니다.

마지막 사례는 캐나다 밴쿠버입니다. 밴쿠버의 도시환경 가이드라인은 도시의 일정 비율이 가족을 위해 디자인돼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아동을 위한 놀이공간을 조성해야 하며, 아동에게 충분한 햇볕을 쬘 기회, 물놀이나 모래놀이를 즐길 기회를 보장해 줘야 합니다. 이러한 공간과 기회는 학교와 탁아소, 식료품점 등 아동이 일상적으로 다니는 길에서 0.5마일 이내에 위치해야 합니다. 이는 아동의 접근성을 보장하기 위한 조치입니다. 또한, 밴쿠버는 산업단지였던 곳에 가족을 위한 강변지구를 새로 건설하고 있습니다. 새로운 개발지구의 1/3 이상은 가족을 위해 지어질 것이며 여기에는 약 100,000m2의 정원이 마련됩니다. 밴쿠버의 주택개발전략의 목적은 급격한 도시 인구 유입으로 인한 주택 부족을 막는 것으로 10년 내에 72,000개의 새로운 주택을 건설할 계획이며 이 중 40%를 가족에게 분양할 예정입니다.

티라나의 차 없는 거리와 놀이터 건설은 많은 반발이 예상됐지만 주민들의 호응으로 성공할 수 있었습니다. 보고타 역시 NGO와 민간 영역의 협조를 통해 사업을 확산시킬 수 있었습니다. 캐나다 또한 도시 차원의 계획을 통해 아동친화적 디자인을 완성할 수 있었습니다. 많은 사람, 많은 관계자가 참여할 수록 아동친화적 디자인의 파급효과는 커집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아동권리와 아동친화도시를 보다 많은 시민에게 알려 우리가 사는 곳을 아동에게 더 친근하고 편리한 환경으로 만들어가야 합니다. 모든 시민이 아동친화도시에 대해 충분히 인식하게 된다면 우리 어린이들이 더 행복하고 안전하게 살아갈 수 있겠죠? 그 날이 빨리 올 수 있도록 유니세프 아동친화도시와 함께 노력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