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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사항

ⓒ 2015 유니세프 깔깔 바깥놀이 사진 공모전 우수작 / '앗차가워' 정백호

아동과 주민이 함께 도시디자인에 참여합니다 -Block by block-

작성일2018.06.25

방학이 시작되면 부모들은 걱정이 많아집니다. 어떻게 해야 아이들이 방학을 알차게 보낼 수 있을까? 게임 좋아하는 내 아이, 방학 중에는 어떻게 통제해야 할까? 이런 저런 고민을 하게 됩니다. 그런데 어른들 눈에는 시간 낭비로만 보이는 게임이 아동이 살기 좋은 도시를 조성하는 데 기여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계셨나요? 마인 크래프트 게임으로 만드는 가상의 도시, ‘block by block’을 통해서 이 일이 가능해집니다. 이 프로그램을 활용하면 게임 속에서 도시를 조성하면서 주민들의 참여를 독려하고, 도시 개선의 결과를 시각적으로 보여줌으로써 도시 디자인에 대한 합의를 신속히 이끌어낼 수 있습니다.

  


마인 크래프트의 제작사 모장(Mojang)’UN헤비타트는 지속 가능한 도시 개발을 위한 혁신적 방법을 고안하기 위해 2012년부터 협력해왔습니다. 협력의 핵심은 도시의 공공 장소 디자인에 마인 크래프트라는 게임을 도입하는 것입니다. ‘Block by Block’은 모장과 마이크로소프트가 설립한 자선단체로 2016년부터 UN 헤비타트 활동을 지원해 왔습니다.

 

UN 헤비타트가 공공 장소에 주목하는 이유는 그 곳이 도시를 구성하는 필수 요소이자 특별한 가치를 가진 장소이기 때문입니다. 공공 장소는 단순한 공간이 아닙니다. 문화적, 사회적, 정치적, 경제적, 환경적으로 중요한 역할을 하는 시민들의 열린 공간입니다. 거리나 포장된 도로, 공원과 같은 공공장소에서 주민들은 공동체 의식과 시민으로서 정체성을 확립하며 공동체 문화를 성장시킵니다. 또한 산책로나 자전거 도로 등은 여가활동의 공간을 제공함으로써 사회적 상호작용과 문화 표현의 장이 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공공장소의 가치는 자주 간과됩니다. 개발도상국에서는 이러한 현상이 더욱 두드러집니다. 공공장소의 가치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면 당연히 공공 장소가 부족해집니다. UN 헤비타트는는 이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해 2012년부터 공공 장소 조성을 위한 새로운 프로젝트를 시작했습니다.  

 

공공장소가 성공적으로 자리 잡으려면 모든 주민이 공공 장소 조성에 참여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 동안 진행된 여러 프로젝트를 통해 마인 크래프트가 주민들, 특히 청년이나 여성, 빈민촌 거주자를 도시 디자인에 참여시키는 매우 좋은 장치라는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공공 장소 조성을 위한 워크숍을 열어 참여자를 모집하고, 참여자들의 아이디어를 게임 안에서 실현해본 뒤 이를 바탕으로 디자인을 만들고 이를 시 당국과 지방정부 공무원에게 제시해 실제 사업에 착수하는 것이 프로젝트의 개요입니다.  

  

프로젝트의 진행 단계를 조금 더 자세히 알아볼까요? 제일 먼저, 도시 환경 개선에 관심 있는 지역 주민 30~60명을 선발합니다. 주민 선발 시에는 공동체의 모든 계층과 연령층을 대표할 수 있도록 여성과 청년, 노인, 장애인 등 다양한 집단을 포함해야 합니다. 선발된 주민들은 스태프, 파트너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참여한 워크숍에 참가해 공공 장소에 대한 의견을 나누게 됩니다.  워크숍이 끝나면 2~4명의 소그룹을 구성해 참여자들이 마인 크래프트 지도에 각자의 아이디어를 시각화 하도록 합니다. 이렇게 만들어진 디자인을 도시 전문가, 건축가, 정책 결정자 등 전문가들이 검토해 시설과 서비스의 우선순위를 정합니다. 이 과정이 끝나고 투자가 이뤄지면 게임을 통해 시각화한 공공장소를 현실세계에 건설하는 것입니다. 마인 크래프트는 각자 아이디어를 쉽게 시각화하고, 여러 사람들이 제안한 다양한 디자인을 쉽게 체험해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프로젝트를 통해 주민들이 공공 장소에 대한 의견을 자신감 있게 표현하고, 그 과정을 통해 사회적 관계가 개선된다는 사실입니다. 실제로 많은 참여자들이 자신의 의견을 공식적으로 표현한 것이 처음이라고 밝히면서 이 프로젝트가 흥미와 아이디어를 쉽게 나눌 수 있게 도와준다고 말했습니다.

 

Block by block 프로젝트는 많은 부분이 게임 상에서 진행되기 때문에 기술 전문가와의 협업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특히 사업 대상 지역을 게임 안으로 옮겨오는 일은 모든 과정의 시작입니다. 이를 위해 제일 먼저 이미지와 구글 맵, 개발계획 등 기초 자료를 기반으로 마인 크래프트 디자인에 필요한 기초 모델을 만듭니다. 이후 게임 전문가들이 참여자를 대상으로 마인 크래프트 모델링의 기초에 대한 교육을 실시합니다. 교육을 받은 후 참여자들은 2~4명의 소규모 그룹을 구성해  그룹별로 자신들의 아이디어를 마인 크래프트에서 실현합니다. 이 과정이 끝나기까지는 참여자의 IT 지식과 마인 크래프트 지식 수준에 따라 약 2~4일의 시간이 소요됩니다. 이렇게 해서 참여자들이 완성한 디자인을 도시 전문가, 정책 결정자, 정부 관료, UN헤비타트 직원 등 이해관계자들이 검토해 최종디자인을 결정합니다. 디자인이 결정되면 예산 확보 절차에 돌입합니다.

 

2013 2, 마인 크래프트를 공동체 참여를 위한 도구로 활용하는 첫 워크숍이 케냐 나이로비에서 열렸습니다. 워크숍 결과 2차원 모델보다 3차원 모델을 활용하면 주민들의 이해도가 높아지고 참여자들이 도시 조성에 보다 효과적으로 개입할 수 있음이 드러났습니다. 3차원 모델을 이용함으로써, 참여자들은 아이디어를 새로운 방식으로 표현할 수 있게 됐고, 축구장 넓이를 결정하는 일처럼 이전에는 쉽게 합의하지 못했던 사안들도 신속히 해결하게 됐습니다. 마인 크래프트의 긍정적인 성과를 기반으로 케냐 나이로비의 슬럼가 키베라에서 시작된 Block by block은 전 세계 약 30개의 도시에서 진행되는 성공적인 프로젝트로 자리 잡았습니다.

 

게임을 하는 가장 큰 목적은 무엇일까요? 즐거움과 재미를 얻기 위해서가 아닐까요? 그래서 어린이가 게임을 하면 어른들은 쓸데 없는 오락에 빠져 있다고 못마땅한 시선을 보내온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block by block은 재미있고 즐거운 게임의 특성을 십분 살리면서 청년을 포함한 모든 주민들을 공공 장소 디자인에 참여시키는 유의미한 성과를 거두었습니다. 게임을 통한 도시 조성이라는 발상의 전환도 신선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모든 주민의 의견을 듣고자 하는 열린 마음이 아닐까요? 유니세프 아동친화도시가 항상 아동의 의견을 청취하고 존중하면서 block by block과 같은 창의적인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발전시켜 나갈 것을 기대하고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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