옴부즈퍼슨, 아동의 권리를 어떻게 대변할까요?
작성일2018.08.29
옴부즈퍼슨에 대해 얼마나 알고 계신가요? 옴부즈퍼슨은 ‘대리인’을 뜻하는 스웨덴어입니다. 10여 년부터 미디어를 통해 많이 소개된 용어지만 정확한 역할과 의미에 대해 아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입니다. 유니세프아동친화도시의 10가지 원칙에는 지방정부가 아동을 위한 독립적 대변인, 즉 옴부즈퍼슨을 임명해야 한다는 조항이 담겨 있습니다.
하지만 옴부즈퍼슨 제도를 어떻게 운영해야 아동권리를 지키는 본연의 역할을 다하게 될 지 그 답을 찾기란 쉽지 않습니다. 국민의 대리인이라 불리는 그들의 역할은 무엇이며, 그들이 임무를 잘 수행하기 위해 필요한 조건은 무엇일까요? 아동을 위한 옴부즈퍼슨 제도는 기존의 옴부즈퍼슨 제도와 어떤 차이가 있을까요? 다른 나라 중앙정부나 지방정부에서 어떤 방식으로 이 제도를 운영하고 있을까요? 이러한 점을 차례로 살펴보면 아동 권리를 위한 바람직한 옴부즈퍼슨의 모습을 그려볼 수 있을 것입니다.

1. 옴부즈퍼슨이란?
옴부즈퍼슨이 우리를 대신해서 수행하는 임무는 무엇일까요? ‘대리인’이라는 의미 그대로 옴부즈퍼슨은 행정기관을 상대로 제기되는
시민들의 고충을 접수해 이를 중립적인 입장에서 조사한 뒤 필요한 시정조치를 해당기관에 권고하는 역할을 합니다. 우리
사회는 국민의 권익을 지키기 위한 제도와 법을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규칙들이 모든 것을 해결해
주지는 않습니다. 규칙이 미치지 못하는 사각지대가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행정기관과 시민 사이에 의도치 않게 갈등이 조성될 수 있는데 이런 상황에서 시민이
혼자 힘으로 갈등을 해결하기는 매우 어렵습니다. 그래서 전 세계 많은 나라는 옴부즈퍼슨 제도를 만들어
정부와 국민 사이에 중재자를 세워놓고 있습니다. .
옴부즈퍼슨 제도의 성공적인 운영을 위해서는 갖춰야 할 조건들이 있습니다. 첫째, 옴부즈퍼슨은 행정부로부터 독립성을 가져야 합니다. 정부와 국민 사이에서 균형을 유지할 수 있도록 정부의 간섭을 받지 않는 하나의 독립된 기관으로 인정 받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또한 옴부즈퍼슨의 신분을 철저히 보장해 임명권자의 맘에 들지 않는 경우에도 해임되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둘째, 옴부즈퍼슨은 접수된 민원에 대한
조사권을 가져야 하며, 민원뿐 아니라 사회적 현안에 대한 직권조사권도 가져야 합니다. 조사과정에서 필요한 경우 해당기관에 문서제출 및 설명을 요구할 수 있으며 출석요구, 소환, 심문 등도 진행할 수 있어야 하며, 관련 행정기관에 대한 출입도 보장해야 합니다. 셋째, 옴부즈퍼슨은 조사결과에 따라 행정기관에 권고를 내랄 수 있어야 합니다. 조사결과
행정처분이 부당한 것으로 밝혀지면 기관이 이를 취소하거나 변경하도록 권고할 수 있습니다. 옴부즈퍼슨의
권고는 법적 강제력은 없지만 시정권고를 받은 기관은 어떤 후속조치를 취했는지 보고해야 합니다. 옴부즈퍼슨은
민원처리상황을 의회와 언론에 알릴 수 있는 영향력을 가졌으므로 실제적인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습니다.
2. 해외사례
1) 스웨덴 아동 옴부즈퍼슨
옴부즈퍼슨 제도는 스웨덴에서 처음 탄생한 이후 여러 나라로 확산됐습니다. 각 나라는 상황과 조건에 따라 다양한 형태로 이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옴부즈퍼슨
제도를 분류하는 기준 중 하나는 업무 범위입니다. 모든 행정기관의 행정 전반을 관할하는 옴부즈퍼슨을
일반 옴부즈퍼슨이라 부르며, 특정한 행정분야나 기관을 관할하는 옴부즈퍼슨을 전문 옴부즈퍼슨이라 부릅니다. 전문 옴부즈퍼슨의 시초는 1915년 스웨덴에 설치된 군사 옴부즈퍼슨입니다. 이후 공정거래 옴부즈퍼슨, 소비자 옴부즈퍼슨, 언론 옴부즈퍼슨, 아동보호 옴부즈퍼슨 등 다양한 전문 옴부즈퍼슨이
생겨났습니다.
스웨덴의 아동 옴부즈퍼슨 제도는
1993년 ‘아동옴부즈만법’에 의해 처음으로
명문화됐습니다. 이 제도가 도입되기
전인 1980년대부터 1990년대까지 스웨덴 의회는 아동만을
위한 특별한 직책을 임명하는 문제에 대해 오랜 논쟁을 벌였다고 합니다. 하지만 스웨덴이 1990년에 UN아동권리협약을 비준하게 되자 많은 사회단체가 아동
옴부즈퍼슨 임명을 위해 적극적으로 활동하기 시작했습니다. 그 결과 협약 비준과 함께 결성된 ‘아동 옴부즈퍼슨 설립을 위한 조사위원회’가 1991년 아동 옴부즈퍼슨 설립을 건의했고 여론의 대대적인 지지를 얻어 마침내 아동 옴부즈퍼슨 제도가 법으로
규정되었습니다.
스웨덴의 아동 옴부즈퍼슨은 개인 민원을 처리하는 것이 아니라 아동과 관련된
사안들이 UN아동권리협약과 스웨덴의 법에 적합한지 모니터링하는 역할을 수행합니다. 열악한 상황에 처한 아동의 보호, 학교와 사회가 아동에게 미치는
영향, 아동이 처한 정치 · 사회적 환경, 아동의 안전보장 등 아동 권리에 관한 폭넓은 이슈들이 아동 옴부즈퍼슨의 업무에 속합니다.
아동의 권리를 적극적으로 대변하는 것은 아동 옴부즈퍼슨의 중요한 임무
중 하나입니다. 따라서 아동의
의견이 정확히 전달될 수 있도록 서신, 전화, 인터넷 등을
통해 해당 이슈에 대한 아동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수집해야 합니다. 그래서 공공 토론 시 수집된 의견을
바탕으로 아동의 입장을 대변하는 의견을 제기해야 합니다. 아동과 관련된 공식적 논쟁에 참여해 정치인이나
정책결정자, 대중 사이에 아동에게 유리한 여론을 형성할 책임도 있습니다. 이들은 언론에 논설 등을 게재하거나 각종 협의회나 세미나를 개최하기도 합니다.
가장 핵심적인 임무는 정부가 UN아동권리협약을
얼마나 잘 준수하는지 감시하고 조사하는 것입니다.
조사 결과 어린이와 청소년 권리 증진에 특정 법률안 및 조치 등이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이를 정부에 건의할 수 있으며 법
개정 또한 제안할 수 있습니다.
2) 일본 가와사키 시 시민 옴부즈퍼슨
이번에는 지방정부가 운영하는 옴부즈퍼슨 사례를 알아보고자 합니다. 대부분의 나라가 중앙행정기관에 옴부즈퍼슨 제도를 두고 있지만 일본 가와사키 시 정부는 1991년부터 시민 옴부즈퍼슨 제도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가와사키의
시민 옴부즈퍼슨은 그 기능이 민원 처리에 집중돼 있고, 중앙정부가 아닌 지방정부에 설치되었다는 점에서
일본형 옴부즈퍼슨이라고 볼 수도 있지만 독립성이 강하다는 점에서는 다른 옴부즈퍼슨과 같습니다. 시민
옴부즈퍼슨은 시에 소속된 직책이므로 시장이 임명하지만 시장 또한 옴부즈퍼슨의 감시와 조사를 받아야 합니다. 이런 상황에서는 임명과정의 공정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므로 시민 옴부즈퍼슨
임명은 반드시 의회의 동의를 얻도록 했습니다. 특히 출석의원의 과반이 아닌, 3분의 2가 찬성해야 하는 특별다수의결을 선택함으로써 시민 옴부즈퍼슨의
권위를 보증하고 있습니다. 시민 옴부즈퍼슨의 임기는 6년이며
임기 중에 강제로 해임할 수 없습니다. 또한 공정한 집행을 위해 국회의원, 지방자치단체의 의회의원 및 장, 정당 기타의 정치단체의 임원, 시의 직원, 시와 이해관계를 가진 기업의 임원 등 특정 직업을 가진
자는 겸직할 수 없게 돼 있습니다.
가와사키 시민 옴부즈퍼슨은 일반 옴부즈퍼슨처럼 행정기관과 관련된 업무 전반을 관할합니다. 여기에는 시청, 구청 외에 교육위원회, 인사위원회, 교통국, 수도국, 지방공영기업, 소방서 등도 포함됩니다. 민원처리절차는 민원 신청-조사-권고 및 의견표명의 단계로 진행됩니다. 가와사키 시의 행정과 관련된 사안은 담당 공무원을 경유하지 않고 옴부즈퍼슨에게 바로 민원을 신청할 수 있습니다. 나이와 국적, 거주지와 상관 없이 미성년자와 외국인, 법인, 가와사키 시 외의 주민도 민원 신청이 가능합니다. 신청된 민원을 타 기관에서 처리해야 하는 경우엔 해당사안을 이송하게 되며 이송 사실과 이유는 신청인에게 통지됩니다. 옴부즈퍼슨은 조사를 위해 해당 민원과 관련된 문서, 기록, 자료 등을 열람하고 필요한 경우 자료 제출을 요구할 수 있습니다. 관계자로부터 상황에 대한 설명을 듣고 전문기관에 조사, 감정, 분석을 의뢰할 수도 있습니다. 민원 신청이 없더라도 행정 감시 목적으로 직권조사를 실시할 수 있으며 공무원들은 이러한 옴부즈퍼슨의 조사에 적극 협력해야 합니다. 조사가 끝난 후 그 결과에 따라 시정조치를 권고할 수 있습니다. 특정한 제도 개선을 넘어 행정 전반에 대한 개선이 필요할 경우 이를 시장에게 요청할 수도 있습니다. 옴부즈퍼슨의 권고는 법적 구속력이 없지만 권고가 실제로 시정에 반영되도록 관계기관은 민원처리에 대한 경과보고를 요구할 수 있습니다.
옴부즈퍼슨은 나라와
시대에 따라 다양한 형태를 보이며 발전해왔으며, 이러한 발전의 바탕에는 ‘시민들의 보다 나은 삶’을 추구하려는 뜻이 담겨 있습니다. 따라서, 우리 모두는 옴부즈퍼슨 제도의 변화와 발전을 응원해야 할
것입니다. 유니세프 아동친화도시의 9번째 원칙은 ‘아동을 위한 독립적 대변인’입니다.
한국의 아동친화도시에서 아동의 의견과 이익을 훌륭하게 대변해줄 멋진 옴부즈퍼슨 제도가 뿌리 내리게 되길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