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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5 유니세프 깔깔 바깥놀이 사진 공모전 우수작 / '앗차가워' 정백호

아동이 마을을 자유롭게 여행하려면? - 아동친화적 대중교통체계

작성일2018.10.05

최근 국제적으로 진행된 한 연구는 최근 수십 년 동안 전 세계 어린이의 자유가 점점 축소되고 있다.” 8세 아동의 이동 반경이 세대를 거쳐갈수록 점점 더 좁아진다는 결과를 밝힌 바 있습니다. 아동권리 전문가 팀 길은 이 같은 연구결과를 들어 일상에서 누리는 아동의 자유가 점점 축소되는데 큰 우려를 표했습니다. 또한 그는 이를 해결하는 방안으로 아동 친화적 인프라 구축을 강조했습니다.

편리한 대중교통망은 아동친화적 인프라 구축에 반드시 필요한 필수적인 요소입니다. 시민의 발로 불리는 버스, 지하철 등의 대중교통은 저렴한 비용으로 누구나 쉽게 이용이 가능해 특히 아동은 대중교통의 주요 사용자로 꼽힙니다. 대중교통은 아동이 어른의 도움 없이 스스로 여행을 떠날 수 있게 해주는 거의 유일한 교통수단입니다. 따라서, 아동에게 대중교통은 특히 더 큰 의미를 가진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아동들은 대중교통을 어떻게 이용하고 있을까요?



 

전 세계 여러 나라에서 아동들은 대중교통을 활발히 이용하고 있습니다. 특히 15~18세의 아동은 손에 꼽히는 대중교통 이용자입니다. 영국의 경우, 2009년 버스를 가장 많이 이용한 연령층은 17 ~20세 청소년입니다. 영국 중소도시에서는 90퍼센트 이상 가정이 버스정류장에서 도보 13분 이내의 거리에 살고 있고. 한 시간에 최소 한 대 이상의 버스가 배차되기 때문에 버스가 아동이 쉽게 접근 가능한 교통수단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하지만 대중교통 이용현황은 도시별로 큰 편차를 보입니다. 예를 들어 뉴욕이나 보스턴처럼 규모가 크고 인구가 밀집된 도시에서는 많은 아동이 등하교 시 대중교통을 이용하지만 LA와 같이 인구가 덜 밀집된 도시에서는 거의가 자가용을 이용합니다.  한국도 마찬가지입니다. 대도시에서는 대중교통을 편하게 이용할 수 있지만 일부 소도시나 농촌 지역에서는 대중교통 부족으로 인해 어쩔 수 없이 자가용을 이용해야 합니다. 버스 정류장이 집에서 너무 멀거나 버스 배차 간격이 너무 긴 경우에도 마찬가지입니다.

 

사회적 배제는 개인이나 그룹, 커뮤니티에게 교육, 고용, 보건 등의 사회활동 참여를 보장하지 않음을 의미합니다. 대중교통이 너무 비싼 요금을 받거나 아동, 노인, 장애인 등 교통약자의 편의를 고려하지 않는 경우, 교통 시스템이 도시와 조화되지 않은 경우에는 아동이 대중교통 서비스에서 소외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더욱 큰 문제는 이러한 소외가 또 다른 사회적 배제를 야기한다는 것입니다. 지리적 거리가 삶에 미치는 영향은 생각보다 심각합니다. 먼 거리로 인해 공동체 바깥에 머무는 아이들은 각종 서비스와 사회 참여 활동에서 멀어지기도 합니다. 특히 공동체를 벗어난 지역의 경우 대중교통도 매우 드물기 때문에, 아이들은 이동에 필요한 교통의 장벽을 더욱 자주 경험하게 됩니다. 사회활동 참여 또한 위축될 수 밖에 없습니다. 아동의회와 같이 참여의 기회를 증진하는 모임이 열리더라도 지리적인 한계를 극복할 수 없어 참여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아이들이 먼 거리를 걷거나, 개인 교통을 이용할 경우에는 안전에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습니다.

 

대중교통의 노선이나 배차 간격 외에도 아동에게 영향을 미치는 사안은 다양합니다. 아동이 대중교통을 안전하게 이용할 수 있느냐의 문제도 큰 이슈가 될 수 있습니다. 안전에 대한 승객들의 인식을 연구한 영국의 한 조사에 따르면 아이들은 버스에 동승한 취객이나 다른 승객의 위협적인 행동을 대했을 때, 어두운 지하철이나 인적 드문 버스정류장 등을 지날 때 공포를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또한 정류장을 놓쳐서 혼자 남겨졌을 때나, 길을 잃거나 낯선 사람을 만났을 때, 또는 어린 여행객을 배려하지 않는 버스기사를 만났을 때도 아이들은 큰 두려움을 느끼고 있었습니다. 남자 청소년의 경우 다른 또래 그룹과 마주쳤을 때 겁을 먹게 되고, 10대 소녀들은 다른 여행객으로부터 원치 않는 주목을 받았을 때 불편함을 느낀다는 결과도 보고되었습니다.  .

 

때로는 편견에 찬 시선 때문에 대중교통에서 아동이 불편을 겪기도 합니다. 일부 승객은 아이들을 버스나 지하철에서 떼로 모여 소란스럽게 떠들거나 시끄러운 음악을 듣거나, 규칙도 무시하고 아무 행동이나 일삼아 다른 승객의 편의를 방해하는 존재로 여기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처럼 부정적인 행동을 하는 아동은 소수에 불과하고 대다수 아동은 규칙을 어기거나 다른 승객들에게 영향을 주는 일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아이들이 타면 일부 승객들은 불쾌한 시선을 보내곤 합니다. 그런 분위기에서 자신도 모르게 주눅이 드는 아동도 있습니다. 최근 공공장소에서 아동에 대한 너그러운 관용이 점점 사라지는 가운데 이러한 상황에 대한 우려 또한 점점 증가하고 있습니다.

 

여러분은 처음으로 혼자 대중교통을 이용해 여행을 떠나던 순간을 기억하시나요? 집을 나서는 여러분에게 부모님이 폭풍 잔소리를 하지는 않으셨나요? 어리고 미숙한 자녀가 불안하고 아동 혼자 먼 길에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이 너무 걱정되셨을 것입니다. 부모의 관심과 걱정 때문에 아동의 행동 반경이 좁아지는 것은 피할 수 없는 결과일 지 모릅니다. 그래도 지금보다 훨씬 더 아동친화적인 대중교통체계가 만들어진다면 우리 아이들의 행동반경이 더 넓어지지 않을까요? 아동이 안전하고 편안하게 이용할 수 있는 대중교통은 아이들에게 자유의 날개를 달아 넓은 세상과 만나게 해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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