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이 모든 이슈에 의견을 표현할 수 있는 세상!
작성일2018.11.01
모든 선거에는 유권자의 이익을 대변하는 공약이 쏟아져 나옵니다. 후보자는
공약을 내걸고 지지를 호소하며, 유권자는 인물과 공약을 검토해 지지하는 후보에게 표를 던집니다. 당선된 후보는 지지자들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공약을 정책으로 만듭니다. 따라서, 다양한 인물이 입후보해서 다양한 공약을 내거는 일은 여러 계층의 유권자 욕구를 반영할 수 있다는 점에서 아주
중요합니다. 이러한 선거과정을 통해 국민의 기본권이 보장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어른들의 선거에서 아동의 권리도 잘 보장되고 있을까요? 아동은
우리나라 인구의 약 17%를 차지하지만 아동의 이익을 적극적으로 대변하는 후보를 찾아보기는 매우 힘듭니다. 행여 어떤 후보가 선거에 나와 아동의 권리 보장을 약속한다 해도 아동은 투표권이 없기 때문에 그 공약은 당선에
별다른 영향을 주지 못하게 됩니다. 이러한 현실을 감안할 때 아동이야 말로 그 누구보다 적극적인 의견
개진과 참여가 필요한 계층이라 할 것입니다. 그렇다면 아동은 자신들의 권리를 지키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을까요?

이탈리아의 한 도시에서는 아주 특별한 선거가 열렸습니다. 정식 선거에
앞서 아동 권리를 옹호하는 후보를 뽑는 모의이벤트입니다. 그 동안 선거에서 대다수의 후보자들은 아동의
이익에 큰 관심을 보이지 않았습니다. ‘선거에 있어 투표권이 없는 아동의 이익을 챙기는 일은 중요하지
않다’ 는 것이 대부분의 정치가들이 아동을 바라보는 시선이었습니다. 이탈리아의
한 단체가 아동에 대한 정치권의 무관심을 해결하기 위해 이 모의선거 캠페인을 기획했습니다. 모의선거의
진행방식은 기존 선거와 유사하지만 아주 큰 차이점이 있었습니다. 바로 아동에 의해, 그리고 아동을 위해 투표가 진행된다는 점이었습니다.
아동 친화적인 최고의 후보를 찾기 위해 해당 단체는 후보자들이 수행해야 할 몇 가지 과제를 고안해 냈습니다. 이 과제들은 얼핏 보기에는 웃음이나 재미를 위한 놀이 같지만, 그
안에는 공익적인 의미가 충분히 담겨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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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보들이 유년시절을 보낸 장소의 사진 찍기. 단, 과거에 비해 훼손된 장소를 선택해야 하며 그 이유 또한 설명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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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 속 나무가 필요한 공간에 나무 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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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 롤러 블레이드 등 바퀴 달린
교통수단을 타고 이동하기. (자동차, 오토바이 제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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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밤중에 대중교통을 타고 기점부터 종점까지 여행하기
가벼워 보이는 과제지만, 해당 과제를 수행하면서 후보들은 아동친화적
관점을 충분히 키울 수 습니다. 아동친화적인 도시 조성에 필요한 요소들을 찾아낼 수도 있습니다. 단 몇 명의 후보자만이 과제를 실천해서 아동들의 숭인을 얻은 후보가 됐지만 실제 선거에서 나타난 투표 결과는
놀라웠습니다. 유권자들이 해당 이벤트를 통해 아동들이 선정한 시장과 의원 후보들에게 많은 표를 던져
힘을 실어주었기 때문입니다. 모의선거에 참여한 아이들 역시 사회 참여의 소중한 가치를 배울 수 있었으며, 이는 모의선거 이벤트가 거둔 가장 값진 성과였습니다.
투표보다 직접적인 방식으로 자신의 의견을 표현하는 아동들도 있습니다. 친구를
위해 참여를 선택한 한국의 아동들입니다.
최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이란 출신의 친구에게 난민 지위를 인정해 달라는 요청이 올라왔습니다. 7살에 한국으로 와 중학교 3학년이 된 이란 국적 소년이 추방될
위기에 처하자 같은 반 친구들이 목소리를 낸 것입니다. 이 아동은 초등학교 2학년 때 기독교로 개종했습니다. 이란에서는 개종을 하면 이슬람율법에
따라 중형을 내립니다. 그래서 ‘종교를 이유로 박해를 받을
수 있다는 충분한 근거가 있는 공포’가 존재하면 난민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는 한국난민법에 따라 난민신청을
했으나 기각됐습니다. 한국 출입국사무소와 법원이 이 아동이 놓인 위험한 처지를 인정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이 소식에 화가 난 같은 반 아이들은 친구를 위해 행동에 나섰습니다. 난민인권센터에
난민지위 재신청을 하고 청와대에 청원을 올려 친구가 공정하게 심사를 받을 수 있도록 했습니다. 친구를
도와 달라는 아이들의 호소에 총 31,286명의 국민들도 동참해 서명을 했습니다. 아이들은 난민 친구를 위한 시위도 벌였습니다. 7월에는 서울출입국
외국인청에서 첫 집회를 열었고, 10월 3일 개천절에는 16명의 아이들이 서울 종로구 효자동 청와대 분수대 광장에 모여 친구의 난민 인정을 촉구하는 시위에 나섰습니다. ‘친구와 함께 공부하고 싶어요’, ‘편견에 가려진 진실을 봐주세요’라는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10분씩 번갈아 가며 릴레이 1인 시위를 여는 아이들의 호소는 큰 반향을 불러 일으켰고, 마침내
첫 난민 신청을 한 지 2년여 만인 지난 10월 19일 이란 소년의 난민 지위가
승인됐습니다. 아동의 참여가 가져온 빛나는 성과였습니다.
.아이들은 미숙하다’ 는 편견 때문에 아동의 정치 참여는 항상 무시당해왔습니다. 하지만 위 사례가 말해주듯이 아동의 역량은 어른들의 생각을 훨씬 뛰어넘습니다. 아동들은 스스로 무엇이 옳은지 판단해서 이를 지지할 수 있으며, 원하는 결과를 얻기 위해서 누구보다 진심을 다해 행동할 수 있음을 증명해 냈습니다. 정작 미숙한 것은 아동의 역량이 아니라 아동을 바라보는 우리의 시선이 아닐까요? 모든 아동이 역량을 충분히 인정받고 아동의 참여가 보장되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유니세프아동친화도시는 노력을 멈추지 않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