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아동들, 과연 행복할까요?
작성일2019.06.27
10년 전인 2009년과
비교하면 2019년의 우리나라는 정말 많이 변화했습니다. 휴대전화 하나로 예전에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들을 할 수 있게 됐고, 먼 미래에나 가능할 것 같았던 가상현실이 우리 곁에 와 있습니다. 일상에서
가상현실 게임을 즐기는 사람들도 쉽게 찾아볼 수 있지요. 하지만 10년이 지났어도 변하지
않은 것이 하나 있는데요. 바로 우리나라 아동들의 일상 생활입니다. 10년전
이 맘 때도 인터넷 검색어 순위에 전국6월 수능모의고사가 오르내렸는데 올 6월에도 수능모의고사는 여전히 큰 이슈였습니다. 우리나라에서 교육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 없이 국민들의 뜨거운 관심사입니다. 우리나라가 교육 분야에서 이룬 높은 성과는 통계
수치로도 증명됩니다. 국가지표체계에 따르면 한국의 ‘취학적령
인구 가운데 각급 학교에 재학 중인 학생 비율’을 나타내는 취학률은
2018년 기준 초등학교 97.4%, 중학교 취학률 97.9%,
고등학교 취학률 92.4%로 수치가 가장 낮은 고등학교를 기준으로 삼더라도 학교 교육을
받는 아동이 100명 중 92명이나 됩니다. 진학률과 취학률은 국민이 누리는 교육기회의 수준을 대표하는 지표라는 점에서,
우리나라 아동들의 교육기회 수준은 제도적으로 높게 보장되어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공교육의 제도적인 보장은 교육의 한 부분에 불과합니다. 단순한 교육 기회의 보장으로는 ‘올바른 성장 발달을 위한 교육’을 온전히 달성할 수 없고, 아동에게 일상의 행복을 누리게 해주기도 어렵습니다. 과연 오늘의 대한민국을 살아가는 우리 아동들은 일상에서 ‘올바르게 성장 발달할 권리’를 얼마나 누리면서 살아가고 있을까요?

보건복지부가 시행해서 발표하는 아동종합실태조사의 최근 조사1)에 의하면 한국 아동의 절반은 정기적인 여가활동을 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정기적인 여가활동이란 수영, 악기 연주, 태권도 등 아동들이 주변에서 쉽게 참여할 수 있는 활동들을 의미하는데 52.8%, 즉 절반 이상의 아동이 이러한 활동을 영유하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또한 영양, 여가, 활동 등 14가지 문항으로 구성된 아동결핍수준 조사에서도14개 중 2개 이상이 결핍돼 있다고 응답한 아동 비율이 54.8%로 23개 OECD 국가 중에서 가장 높았습니다. 그 원인 중 하나로 사교육을 꼽을 수 있습니다. 대부분의 아동은 학교에 다니기 때문에 학교 수업이 끝난 후에 자기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는데요. 방과후 생활에 대한 조사 결과 40.6%가 학원이나 과외수업 같은 사교육을 받는다고 응답했습니다. 반면에 집에서 휴식을 취하거나 학교의 방과후 활동에 참여하는 비율은 각각 21.8%, 15.5%로 두 항목을 합산해도 사교육으로 방과후 생활을 보내는 아동들보다 낮았습니다. 방과후에 사교육을 받는 현상은 입시 위주의 교육제도 때문이기도 하지만, 주 양육자인 부모의 인식도 이 같은 현상을 조장합니다. 6세 이상 아동 주 양육자의 절반에 해당하는 49.2%가 아동이 방과 후에 학원 및 과외 등의 사교육을 받길 희망했으며, 2번째로 높은 희망 항목 또한 여가활동이나 놀이와는 거리가 먼 ‘집에서 숙제하기’였습니다. 사회성 발달이 중요한 후기 아동기나 청소년기에 해당하는 9세 이상 아동의 주 양육자 인식 또한 문제를 드러냈습니다. 자녀가 친구와 놀기를 희망하는 비율은 9~11세 자녀의 경우 17.1%였으며, 중학생 이상 연령대인 12세 이상 자녀의 경우에는 14%에 그쳤습니다. 이 같은 수치는 아동들이 지나치게 학업에만 몰두하는 현상의 일부를 설명해 줍니다.
모든 아동이 획일적으로 학업에만 매진하고, 다양한 기회를 누리지 못하는 환경에서 아동은 만족한 삶을 누릴 수 있을까요?
아동이 가장 심각하게 느끼는 스트레스는
‘숙제나 시험’으로 인한 스트레스였으며, 그
다음으로 성적 때문에 부모로부터 받는 스트레스였습니다. 아동들이 한창 관심을 가질 만한 외모 관련 스트레스보다
위의 두 가지 스트레스가 더 심각하게 나타났다는 사실이 놀라울 따름입니다. 이러한 스트레스는 결국 아동들의
삶의 만족도를 떨어뜨리게 됩니다. OECD
국가를 대상으로 조사한 삶의 만족도를 비교해보면 우리나라 아동은 비교대상 30개국 중 10점 만점에 6점 이상의 만족도를 보이는 아동 비율이 최하위였습니다. 10명중 약 4명의 한국 아동이
6점 미만의 낮은 삶의 만족도로 살아가고 있는 것입니다.
교육과 관련된 아동친화도시 원칙 및 지속가능개발(SDGs) 4번째 원칙은 아동이 다양한 활동과 교육을 통해 올바르게 성장하고 이를 통해 지속 가능한 교육이 평생 이루어져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아동친화적인 교육환경을 조성하는 일은 단시일 내에 이룰 수 없습니다. 지방정부와 부모, 아동, 지역사회 주민이 함께 협력해 장기간에 걸쳐 이뤄야 할 과제입니다. 앞으로 우리 아동들이 학교와 학원만 오가는 생활을 벗어나 아동 친화적인 교육환경에서 몸과 마음을 풍요롭게 해주는 여러 활동을 배우고 즐기게 되길 유니세프한국위원회가 응원합니다!
1) 정책보고서 2013-92 ‘아동종합실태조사’. 보건복지부, 한국보건사회연구원.
2013.